가성비 오마카세, 가성비 파인다이닝 5군데 모음 (2인 10만원 이하)

나의 MBTI가 INTJ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성비와 합리성을 잘 따지는 편이다. 맛있는 걸 먹는 걸 또 좋아해서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물론 가격이 비싼 만큼 훨씬 더 맛있고 서비스도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비싼 가격을 내고 식사를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곳도 몇 군데 있다. 그러면 이제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거지..ㅋㅋ

요즘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이 꽤나 열풍을 불면서 중저가 식당들도 많이 생기는데, 개인적으로는 첫 방문이라면 인당 10만 원이 넘어가지 않는 중저가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곳을 가버리면 중저가 식당들도 가성비가 좋아도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비싼 곳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혀가 되어버린달까.. 그리고 중저가 식당들도 가성비 좋은 곳들이 꽤 많기 때문에 자주 가기엔 부담이 없다.

오늘은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 두 곳, 가성비 좋은 파인 다이닝 3곳을 소개하겠다.

 

 

1. 여의도 아루히

수강신청만큼 힘들다는 여의도 아루히 예약. 그도 그럴 것이 런치 32,000원 / 디너 35,000이다. 가격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다. 나는 디너로 다녀왔는데 매우 만족했다. 디너는 필수로 1인당 술 하나씩 시켜야 한다.

초밥 퀄리티는 가격에 비하면 굉장히 좋다. 살짝 비린 생선도 몇 개 있긴 한데, 35,000원 오마카세라니 납득이 가능하고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가면서 먹어줄 수 있는 정도.

다 먹어 갈 때쯤엔 엄청 배가 부르다. 배가 터질 것 같을 때쯤에 마지막에 후토마키가 나온다.

과장해서 내 손바닥만 했던 후토마키... 한입에 다 먹으라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크기였다.

마지막 디저트는 간단하게 오렌지. 보통은 셔벗을 주곤 하는데 여기는 과일을 준다. 가성비 생각하면 그래도 서울시내에서 여의도 아루히만 한 곳은 없는 듯함.

만약 여의도 아루히가 예약이 너무 빡세다면 공덕과 마포에 있는 이요이요스시와 스시소라도 추천한다. 1인당 4~5만원 대에 아루히보다 아주 살짝 더 높은 퀄리티의 스시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요이요스시와 스시소라도 예약이 바로 되지는 않으니 최소 일주일 전부터는 예약이 필수다.

 

2. 3만 원대 오마카세 일산 젠스시

올해 1월에 갔던 일산 젠스시. 새로 생긴 곳이라 굉장히 깔끔했고, 아루히와 가격대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퀄리티가 더 좋았음. 일산에 올 일 있다면 한번쯤 들려도 좋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대로 그때 메모장에 적었던 순서 ㅋㅋ 내용이 가격에 비해 참 착하다

처음 들어가는 문이 헷갈릴 수 있음. '착할 선'자가 일본어로는 '젠'이라고 읽히나 봄. 나는 선이길래 여기 아닌 줄 알고 계속 지나치고 돌다가 겨우 들어갔다 ㅋㅋ 젠스시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바로 여기이니 헷갈리지 말고 들어가시길

저렴한 가격대인데도 일품요리가 나온다. 굉장히 맛있게 먹은 도미 토막살.

스시의 마무리는 역시 아나고. 부드럽고 고소한 아나고 맛이 정말 맛있음. 네타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그래도 뭐 만족!

후식으로 단호박 냉차와 머랭 쿠키. 단호박 냉차가 조금 딥해서 조금 더 상큼한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38,000원의 가격대 치고는 굉장히 굉장히 아주아주 만족하면서 먹은 한 끼.

 

 

3. 유기농 파인 다이닝, 꽃, 밥에 피다

세 번째 추천하는 곳은 유기농 한옥 파인 다이닝 꽃, 밥에 피다. 여기는 외국 친구들, 부모님 모시고 가면 정말 좋아할 곳. 36,000원부터 시작하는 코스요리로 가성비가 굉장히 좋다. 음식들이 하나하나 정성이 깃든 게 느껴지고,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많이 받았다. 분위기도, 맛도 정말 만족할만한 곳 꽃밥에 피다.

유기농 쌀, 무항생제 방사 유정란, 무항생제 육류, 전통간장과 된장, 친환경 야채와 과일, Non-GMO 기름으로 차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밥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말만 이렇게 하고 적당히 하는 식당들이 많을 텐데, 이곳은 정말 정직하게 하는 곳.
유기농, 무항생제, 전통이라고 해서 맛없을 거라는 편견을 정말히 깨 부셔준 곳. 완전 추천하는 음식점 중 하나.

한옥이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내가 갔을 때 옆 테이블은 외국 손님들이 있었다.
외국인 친구가 놀러 온다면 꼭 데리고 오고 싶은 곳 중 하나.
나는 엄마와 함께 갔는데, 엄마도 정말 좋아하셨다.

청국장을 좋아하지 않는데, 토마토와 청국장을 어떻게 이렇게 어울리게 버무렸는지! 김부각도 정말 바삭해서 맛있게 먹었다.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참 잘 살렸다.

갈비찜도 어쩜 이렇게 예쁘고 정성스러운지... 이 가격에 이렇게 먹을 수 있다고? 하면서 정말 감동하면서 먹음 ㅋㅋ

마지막 후식 또한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유기농 브라우니다. 2인 7만 원대로 갈 수 있는 코스요리 집 중에서는 아직 여기만 한 곳을 찾지 못했다. 꽃 밥에 피다는 종로에 있어서 배부르게 먹고 고궁을 산책하기에도 참 좋다.

 

4. 압구정 로데오 수묵당

수묵당도 정말 추천하는 곳 중 하나. 디너가 59,000원이라서 10만 원 이하는 아니지만 나는 가성비 좋다고 느꼈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만족함. 예전에 에드워드 권 셰프가 하던 랩 24가 파인 다이닝중에서는 정말 가성비 극강이었는데 없어져버렸다 ㅠㅠ

너무 예쁜 아뮤즈 부쉬. 자개 상자에 담아 나온다.

메인은 닭고기 요리였음. 소스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수비드 된 닭고기의 부드러움이 극강이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음.

수묵당의 조금 아쉬운 점은 레스토랑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요리가 잘 나옴.

마지막 장독대에 나온 디저트 ㅋㅋ 귀여운 장독대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가 담아 나오는데 참 예쁘다. 비주얼적인걸 많이 고려한 듯한데 이게 참 취향저격인 것들이 많음. 강남 쪽에서 가성비 있는 파인 다이닝 찾으려면 수묵당 완전 추천!

 

 

 

5. 종로 코스요리 까델루뽀(추천은 안 함)

종로 쪽 파인 다이닝 찾다가 평점이 좋아서 예약한 까델루뽀. 여태 가봤던 곳 중에서 제일 가성비 별로였음 

한옥이라서 분위기는 좋다. 내부도 예쁘다. 하지만 일단 음식 소개가 빈약하다. 아르바이트생이 그냥 이 식사는 뭐입니다. 이렇게만 한마디 해주는 정도이고, 그마저도 아르바이트생인 게 너무 티 나서 굉장히 별로였다. 런치 식사가 그래도 1인당 4~5만 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 맛과 서비스받을 거면 다른 곳 가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

처음 나오는 아뮤즈 부쉬. 아무리 중저가라고 해도 참 실망스러웠다. 세모 모양의 고르곤졸라 피자 한 조각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안 주는 게 나았을 뻔했음. 다섯 개 모두 바로 조리한 게 아니라 보관해뒀다가 서비스만 한게 너무 티 났고, 확실히 정성이 없으니 맛있는 음식도 없었음

그리고 나오는 식전 빵. 빵은 따뜻했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음. 엄청 맛있지도, 엄청 맛없지도. 그냥 다 먹을만한 정도이고, 어디서 먹어본 맛들이다.

트러플 파스타.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맛없지도 않은 파스타

추가금액을 내고 시킨 스테이크. 스테이크라도 맛있었으면... 정말 내가 후회라도 안 했을 텐데

질기고, 안 씹혀서 식당에서 스테이크 남긴 적이 처음이었다. 

마무리는 초코무스 디저트와 티백 차. 차 종류는 5개 중에 고를 수 있게 되어있어서 좋았다. 초코무스는 평범했다.

이날 친구가 수습을 마치고 정규직 기자가 되어서 축하해주는 자리였는데, 생각보다 별로라서 기분이 좋지 않았음.

 

 

그래도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가성비 좋다고 알려진 오마카세와 파인 다이닝 5개를 소개해봤다. 나처럼 효율성과 가성비를 따지면서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은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좋은 정 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도 또 좋은 가성비 맛집 알고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좋은 건 공유하자고요 ㅎㅎ